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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욕망에 굴종해버린

18세기 남자.. 

 

지식의 허영심과 질투에 사로잡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사랑을 놓쳐버린 

20세기 남자..

 

닮았지만 서로 다른..

다른 세기의 남자가 현재에 만난다.. 

 

평소에 춤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지닌 남자 뱅상은 

어쩌면 본인도 춤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걸까?

 

쾌락주의 안에서 쾌락을 위한 삶을

영위한다는 게 즐거운 삶인가? 

 

속도에 대한 고찰.. 

느림에 대한 애찬..

나체에 대한 반항 의지.. 

춤꾼이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기막힌 하룻밤을

욕정에 질투에 버려버린 뱅상

 

가볍게 읽었지만 

가볍지 않은 소설.. 

 

그리고 여자에게 이용당하는 남자들..

그걸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에 미련한 남자들.. 

그들 또한 춤꾼이니.. 

 

온통 허영심에 쌓여있는 인간 군상들과 

사랑이라는 이름에 거짓말만 하는 군상들과 

또 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개가 된 군상들.. 

 

 

거짓말에 진절머리가 난다.

 

"

'왜 아냐, 왜 아냐, 넌 웬 여자를 만났어. 

제발 부탁이니 그 여자와 가고 싶다면 가도 돼. 

불과 삼십 분 전만 해도 난 너를 몰랐어

그러니 계속 모르는 사람으로 여기면

되는 거라고' 

   

그녀는 점점 더 슬퍼진다. 

한데 사내에게는 자신이 여자에게 준 

슬픔보다 유익한 위안도 없다. 

"

 

"

'이런 얘기 너도 재미있지, 그렇지?'

'모르겠어'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이 '모르겠어'는

거부가 아니라 모범적 겸양에서 우러나는

가슴 뭉클한 진지함이다.

 

가시는 그리 쉽사리 뽑히지 않는다. 

고통을 억제하고, 억누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체할 수 있으나 그런 시늉은

곧 노력이다.

"

 

"

'카메라들 아래 사는 것이 우리 조건이 되었다면,

나는 그 조건에 반항하겠어. 난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어'

...

'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일, 그것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인간 조건에 반항하는 일이야'

"

 

"

속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는 것. 

이 방정식에서 우리는 여러 필연적 귀결들을

연역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 

우리 시대는 속도의 악마에 탐닉하며 그래서 

너무 쉽게 자신을 망각한다

...

그가 발걸음을 빨리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 주길 이제 더는 바라지 않음을, 

자신에게 지쳤고, 자신을 역겨워하며, 스스로 

기억의 그 간들거리는 작은 불꽃을 훅 불어 

꺼 버리고 싶음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 주고 싶어서라고

"

 

"

나는 이 모든 사랑 모험의 교훈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교훈은 여기 있다. 

바로 T 부인이 그 교훈의 화신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거짓말했고,

정부의 후작에게 거짓말했고,

그 젊은 기사에게 거짓말했다.

그녀야말로 에피쿠로스의 

참 제자다. 쾌락의 사랑스러운 친구. 

다정한 거짓말쟁이 여성 호위병. 행복을 지키는 여인.

 

"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기해 보자. 

웬 사내가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득 그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기계적으로,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를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한다. 

...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

 

"

내일은 없다.

청중도 없다. 

제발, 친구여, 행복하게나. 

막연한 느낌이지만 난 행복할 수 있는 

자네 능력에 우리 유일한 희망이 달렸다고 느끼네.

"

   

밀란 쿤데라는 정말 이야기꾼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Midnight in Paris' 영화가 생각나서

이 소설과 잘 어울리는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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