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L'identit'e
작가 : 밀란 쿤데라
옮김 : 이재룡
출판사 : 민음사
발행일 : 1998
가끔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삶을 걸어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나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가 모호해짐에 따라
타인의 생각으로 날 바라보는 상상을 한다
내 이름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누구의 자식으로..
누구의 친구로..
누구의 선후배로..
또 누구의 남자 / 여자로..
과연 이게 나일까?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소설 속 여주인공 샹탈은
수많은 가면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여자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남자 친구 장-마르크에게
홀로 해변가에 생각했던 기억을 말해버린다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아요"
수많은 가면을 교차하며 삶을 살아온 샹탈이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밝히는 순간
이런 말을 한 자신조차 놀라워하는 순간
그녀의 남자 친구 장-마르크는 어두워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자기도 몰랐던 내면의 모습을 밝혔을 때
벌어지는 어색한 감정..
이 소설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전개된다
.
.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느껴졌던 과거의 나의 감정..
사실 그 모습조차 그 사람이었을 텐데
그 뻔한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나 스스로
내가 아끼는 사람의 틀을 만들어놓고
그 틀을 벗어난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무리 날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얼굴 붉히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결국 그 정체성이라는 건
나에게도..
또 타인에게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그런 허상의 단어 아닐까?
짧은 소설이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
우정을 지속하는 진정하고 유일한 이유 :
친구 사이의 옛 일을 회상하며 끝없이 주절거리지 않는다면 이미 오래전에
지워졌을 과거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제공한다는 점.
"
"
사랑하는 여자와 다른 여자를 혼동하는 것.
그는 얼마나 여러 번 그런 일을 겪었던가!
그리고 항상 똑같은 놀람: 그녀와 다른 여자들과의 차이가 그렇게 미미한 것일까?
이 세상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실루엣을 어떻게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
"
그리고 이러한 흰색 물결 속에서 그녀는 장-마르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노스탤지어를 느꼈다
노스탤지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눈앞에 있는 사람의 부재로 괴로워할 수 있을까?
"
"
과거의 알맹이가 빠져버린 우정은 오늘날에는 상호존중의 계약,
한마디로 예절 계약으로 변질되었어. 그러니 친구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을 부탁하는 것은 결례가 되는 거야
"
"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무관심하다는 공통점으로 균일화된 거지.
이러한 무관심이 열정이 된거야.
무관심이 우리 시대의 유일한 집단적 열정인 셈이지.
"
"
그의 질투심은 상상력이 고통스럽고 에로틱한 환상에 불을 지폈던
젊은 시절 느꼈던 것과는 닮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보다 덜 고통스러웠지만 더 파괴적이었다:
질투심은 아주 서서히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환영으로 변형시켜 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더 이상 확실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가치 없는
카오스인 이 세계 속에는 더 이상 어떤 안정적 나침반도 없게 되었다.
본질이 전이된 샹탈을 마주하니 이상하고 울적한 무관심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녀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
그녀가 환영이라면 장-마르크의 모든 삶이 환영일 터.
결국 그의 사랑이 질투심과 의심을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
"
이 딴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건 불행이건 간에 여기서 삶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렇듯 명랑하고 시끄러운, 앞서가는 군중 속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
어디서부터 꿈인지..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순간
기억 속에 사라지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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